/* 전체 */ 베인 #칸나들리 :: 칸나가 피는 남극

 


#칸나들리 #드림주가_과거의_드림캐에게_해주고_싶은_말은

 

* 해시태그 출처는 드림 해시태그 봇(@Dream_Hash_tag)

* 브래들리 캐릭터 에피소드 <브래들리의 가족> 기반 로그.

* 브래들리의 아버지에 대한 날조가 약간 포함되어있습니다.

 


 

 

" 브래들리는 분명 멋진 마법사가 될거야. "

 

 

칸나가 기억하는 그 남자는 꽤나 독특한 마법사였다. 이름은 잊었지만, 성은 베인이었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이제 머리 속에서 얼굴조차 흐릿해졌다. 기억에 남은 건… 보석을 닮은 눈동자와 웃을 때 뾰족한 이를 드러내는 것. 그 정도. 그것들만큼은 꽤 취향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수백 년 전의 칸나에게 베인은 성가신 인상이 더 크게 남는 사내였다. 무례하고, 시끄럽고, 영역 다툼으로 혈안인 주제에 그다지 강한 편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칸나는 그와 종종 만나곤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칸나를 찾아왔다. 압도적으로 강한 칸나에게 싸움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른 녀석에게 당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찾아와 칸나에게 치료를 부탁하거나, 훔쳐온 술을 나눠 마셨다. 칸나는 귀찮기만한 베인은 싫어했지만, 그 술만큼은 좋아했다. 덕분에 둘의 별것 아닌 관계는 의외로 길게 이어졌다.


베인은 술을 마실 때마다 마법사로 태어난 이상 마법사 자식은 보고 죽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수십 년간 그 말을 들었지만, 칸나는 그의 생각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식을 갖고 싶다는 열망도, 마법사 자식을 향한 집념도 칸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래서 마법사 아이가 생기면 어디다 쓸 거람. 비상식량? 그대로 목소리가 될 뻔한 말을 술과 함께 삼켰다. 부인이 몇 명에 인간 아들이 몇이고 떠들어대는 베인의 말은 지겨웠다. 무엇보다, 몇 번이고 들었던 말이니 또 몇 번이고 해줬던 말로 대꾸하기도 귀찮았다.

 

마지막 만남 이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매번 다양한 이유와 함께 불만 가득한 얼굴로 투덜거리던 베인이, 전혀 다른 표정으로 칸나 앞에 나타나다. 베인은 오랜만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크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술병이 아닌 무척 낯선 것을 들고 칸나를 찾았다.


"칸나. 내 아들이야."
"드디어, 드디어 마법사라고. 어떠냐, 꽤 강해 보이지?"


베인은 저와 꼭 닮은 작은 것을 안아 들고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토록 염원하던 마법사 아이를 얻었으니 신날 만도 한가. 그렇다 해도 그건 칸나와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베인이 기쁘다고 해서 칸나가 기뻐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오히려 계속 실실거리니 짜증이 났다. 답잖게 웃어대는 그에게 도저히 좋은 말을 해주기 싫어져 일부러 모난 소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약해 보이네. 생각과 동시에 말을 내뱉은 칸나는 작은 아이를 흘겨보며 차가운 말을 이어갔다.


"아이는 작고… 힘도 없으니까, 짐승이나 다른 마법사에게 잡아먹히기 쉽지. 이 애도 그럴 거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녀석한테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겨우 얻은 마법사 아들놈을 그깟 저주로 잃을 수 없다고."


잘 보면 귀여운 점도 있을 거야. 자알 들여다보라고.
베인은 칸나를 잘 알고 있었다. 북쪽에서 가장 추운 설산 꼭대기에 틀어박혀 마물을 다스리는 마녀. 사람들은 칸나를 설산의 주인이니 뭐니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부르지만… 베인에게는 그저 바보같이 감정적이고, 바보같이 솔직한 여자였다. 칸나는 대부분의 일에 흥미가 없는 듯 보였지만 새끼 마물을 돌볼 때만큼은 부드러운 썩 표정을 지었다. 그런 칸나가 마물의 아이가 아닌, 마법사의 아이를 만날 일은 좀처럼 없었겠지. 아이를 안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한데, 한 번쯤 보여줘도 괜찮지 않을까. 베인의 생각은 작은 변덕이 되어 기어코 스스로 어린아이를 안고 산에 오르게 했다. 그 변덕은 칸나의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어째서 베인이 이 아이를 그토록 원했는가. 이제 와서 든 의문으로 칸나는 작은 아이에게, 아주 작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파란 눈동자가 아이를 들여다보았다.


인간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의 앞날을 축복해준다고 했던가. 사람은 물론 인간과는 연이 거의 없는 칸나조차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베인의 아이를 보고 있자니 그 흐릿한 기억이 떠올랐다.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이 아이 역시 누군가의 축복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일 거라고 칸나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기대와 환영 속에서 태어나는 마법사 아이는 드무니까. 이 아이는 제법 특별한 아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나도 축복해줘야겠지. 말은, 뭐가 좋을까.
─너는 꼭 아버지보다 강한 마법사가 되렴.


마녀는 축복의 말을 입에 머금고 작은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입가에 느껴지는 온기가 생각보다 따뜻했다. 이 작은 존재가, 분명 이 주변에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따뜻한 존재일 것이다. 그 감각이 나쁘지 않았는지 칸나는 베인에게 허락을 구하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칸나가 스스로 축복한 아이라서, 혹은 직접 양팔로 안아 들어서. 그것도 아니면 아이의 심장 박동과 함께 마력이 느껴져서. 작은 아이가 조금 전보다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칸나의 사소한 변화를 알아차린 베인은 크게 웃었다. 거기다 설산의 마녀가 친히 걸어주는 축복은 귀하지. 마녀의 축복과 좀처럼 볼 수 없는 칸나의 표정. 두 가지 귀한 보물을 얻었으니, 역시 수고롭게 여기까지 온 의미가 있었다. 제법이구나 아들. 나도 못 꼬신 여자의 마음을 빼앗고. 베인이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건 말건, 칸나는 베인에게 대꾸조차 하지 않고 품에 안긴 아이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지만.


만약 이 아이가 오래 살게 되면… 얼어붙은 땅에 태어난 마법사인 이상, 나랑도 싸우게 되겠지.
그건 생각보다 기분 좋은 가정이었다.


어느새 눈을 뜬 아이가 가만히 칸나를 바라보았다. 곧바로 칭얼거리며 제 아비를 향해 양팔을 뻗는 꼴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비를 똑 닮은 눈동자만큼은 싫지 않았다. 아이를 베인에게 넘기며 칸나는 다시 한 번, 축복의 말을 입에 담았다.


"네 아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을게."

 


아이의 이름은 뭐였더라.
칸나라면 그런 사소한 것은 잊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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